백복신·석창포·원지 3가지 약물의 처방
처방 이름을 듣기만 해도 귀가 솔깃해지는 총명탕은 공정현이 지은 여러 책 중에서 1581년에 간행된 '종행선방'에 수록되어 있습니다. 이 의서의 특징은 대부분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두 세 가지의 약재로 조성된 간편한 경험방이 주로 실려있다는 것인데, 총명탕 역시 백복신(白茯神), 석창포(石菖蒲), 원지(遠志)라는 단 3가지 약물로 구성된 아주 간결한 처방입니다. 즉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불완전 균류(菌類)에 솔뿌리가 관통해 있는 백복신, 우리의 옛 여인네들의 머릿결을 청정하게 감싸주었던 창포물을 단번에 떠올리게 하는 석창포 뿌리, 그리고 능히 사람으로 하여금 뜻과 의식을 강하고 원대하게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아기풀뿌리 원지, 이 3가지 약물만을 배합한 것이지요. 복용법 또한 간단하여 이들 약물을 각각 동일한 분량으로 섞어 한번에 12g씩 물에 달여먹거나, 달이는 것도 귀찮으면 가루를 내어 8g씩 찻물에 타서 하루 세 번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.
마음먹은대로 모두 기억해내는 효과
그럼 총명탕은 어떤 효과가 있느냐? 처방 중의 백복신은 심(心)을 보(補)함으로써 놀람·황홀함·성냄 등을 진정시켜 마음을 아주 평온하게 해주고, 석창포는 마음으로 통하는 구멍 즉 심규(心竅) 혹은 심공(心孔)을 활짝 열어주며, 원지는 군대에서 총기수입 할 때 꼬질대로 총신에 낀 때를 청소하는 것처럼 마음 구멍에 쌓인 담연(痰涎)을 말끔히 없애주는 역할을 합니다. 따라서 총명탕은 마음을 몹시 맑고 깨끗하며 평안하게 해줌으로써 공부에만 몰두할 경우 마음먹은 바대로 모두 기억해낼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. 다시 말해 우리들의 기억력을 증진시켜 소위 '건망증(健忘症)'을 치료해 주는 것이지요. 그 효과가 얼마나 좋으면, 총명탕의 효능에 대해 오랫동안 먹을 경우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암송할 수 있다[久服能日誦千言]고 풀이해 놓았겠어요?
총명탕, 그 외의 처방들
그렇다면 총명탕 만이 기억력을 좋게 해주는 처방이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. 처방 이름은 물론 그 효과까지도 총명탕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더 우수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. 가령 공정현의 또다른 저서인 '만병회춘'에는 공자와 같은 대 성인께서 항상 머리맡에 두고 계셨다는 의미의 공자대성침중방(孔子大聖枕中方)이란 처방이 있는데, 이 역시 복용할 경우 사람이 총명해진다[服之令人聰明]고 하였습니다. 또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하는 것은 떼어 논 당상임을 연상시키게 만드는 장원환(壯元丸)이란 이름의 처방도 있는데, 이를 복용할 경우에는 천 마디 말을 외울 수 있음은 물론 책이 1만권 일지라도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해낸다[服之能日誦千言 胸臟萬卷]고 하였습니다. 이뿐만이 아닙니다. 명나라때의 또 다른 명의 이천(李천)도 이른바 주자학(朱子學)을 집대성한 주희(朱熹) 선생께서 책을 읽을 때 늘상 가까이 했다는 의미로 주자독서환(朱子讀書丸)이란 처방을 만들어 그의 의학입문(醫學入門)이란 책에 실어놓았는데, 이 또한 건망증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매우 효과적입니다. 이외에도 많이 있지요.